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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이병헌 뜻밖의 개런티 동결 '상생을 보았다'

[TV리포트 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우연히 이병헌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손석우 대표를 만났다. 그와 영화 '모비딕' 제작자의 대화 도중 불쑥 끼어든 것이었다.

아무래도 화제는 이병헌의 컴백작 '조선의 왕이다'추창민 감독로 옮겨붙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개런티 얘기가 나왔다. 영화계에선 '지 아이 조'에 잇따라 출연하는 한류 스타인 만큼 "그가 최소 8억원 이상을 불렀을 것"이라는 말이 돌던 참이었다.

기자가 "진짜 8억이냐. 아니면 그 이상이냐"고 묻자 손석우 대표는 "아이고, 저희가 무슨 8억을 받아요"라고 반문한 뒤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지난주 최종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 병헌씨를 만나러 미국에 다녀왔는데 사실 저도 얼마를 받아야 할지 몰라 본인에게 물었는데 의외의 답을 들었다"며 웃었다.

이병헌의 말인즉슨 전작 '악마를 보았다'에서 받았던 개런티를 그대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시장 논리대로 하면 이병헌 같은 배우는 전작 보다 최소 1억원 이상 더 불러도 누가 토를 달지 못할 텐데 자진해서 개런티 동결 입장을 내비친 것이었다.

손 대표는 "병헌씨가 요즘 한국영화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걸로 아는데 자기 잇속만 챙기자고 높은 개런티를 요구하고 싶진 않다고 하더라"며 "제 생각도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이런 게 작게나마 기여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전작이 흥하든 망하든 관계없이 "얼마 이상은 무조건 받아야겠다"고 엄포를 놓는 배우와 기획사의 관행을 비춰볼 때 이병헌의 이번 개런티 동결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말로만 "고생하신 스태프들을 위해 이 상을 바친다"고 할 게 아니라 고통 분담, 솔선수범을 통해 스태프들과 같이 가겠다는 마인드가 과연 월드 스타다웠다.

물론 이병헌은 출연료 외에 CF도 많이 찍고 해외 활동도 겸하기 때문에 영화에만 출연하는 송강호 김윤석 설경구와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99개 가진 사람이 한 개를 더 챙겨 100개를 채우고 싶은 게 부자의 탐욕이라는 점에서 이병헌의 이번 동결 선언은 꽤 의미있는 족적이라고 생각한다.

크랭크 인을 앞두고 예산을 짜는 영화사 프로듀서들을 만나보면 다들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우 개런티가 진짜 문제"라고 말한다. 웬만한 주연급을 쓰려면 4~5억원은 기본이고 원빈 같은 특급 배우를 캐스팅하려면 10억원은 줘야 한다는 씁쓸한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제작비 규모와 상관없이 배우들의 개런티는 옴짝달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00억원짜리 영화든 20억원짜리 영화든 배우 개런티가 상식선을 넘어 고액으로 책정되면 낮은 예산의 영화는 가장 먼저 스태프들의 인건비부터 칼질이 들어가게 돼있다.

제작사의 초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개런티를 낮추고 대신 수익이 나면 나중에 보너스를 가져가는 러닝개런티의 취지도 무색해진지 오래다. 몇 년 전부터는 받을 것 다 받고 거기에 러닝까지 걸어 사실상 배우와 기획사들이 제작 지분까지 가져가고 있다고 한다. 울며 겨자먹기지만 그렇게라도 제작을 해야 회사가 돌아가니 제작자들만 목에 칼을 찬 춘향이 심정이다.

그럼 힘있고 끗발있는 대기업 투자사들이 배우들을 상대하면 되지 않을까. 한 제작사 대표는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라며 웃었다. 투자사들은 애초 정해진 제작비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라며 사실상 배우 개런티까지 제작사에 부담시킨다는 설명이었다. 특정 선수의 연봉을 많이 주면 반드시 삭감되는 선수가 나오게 되는 프로구단에서 애용하는 샐러리캡과 같은 제로섬 구조였다.

상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역지사지에 있다. 이병헌처럼 동결 선언도 의미있고, 3~4억원 러닝개런티로 스태프들에게 아이패드 한 대씩 돌리는 배우도 나왔으면 좋겠다. 올해 대박난 영화 '써니' '최종병기 활'의 제작자 안병기, 장원석 대표가 고생한 이들을 위해 얼마나 곳간을 열지도 궁금하다.

김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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